# 베이트리 책인싸의 밤 후기
매번 향하던 서면이 아닌 경성대부경대역의 캠프어스로 갔다. 오늘은 베이트리 ‘책인싸의 밤'이 있는 날이었다. 다행히 입구에서 “인싸가 아니셔서 참석이 어려우십니다." 라며 저지 당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.
입구 오른쪽 테이블에는 많은 책 표지들이 줄지어 놓여있었다. 눈에 익은 책들이 보이는 걸 보니 다음달에 모임할 책들인 모양이었다. 읽어볼까 생각했던 '절창'을 골랐더니 그 즉시 '절창'팀이 되었다. 책 당 4명씩 한 팀이 되어서 함께 인싸의 밤을 보내게 된 것이다.
첫인사를 나누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서로 눈만 껌뻑이는데 책 표지 뒤를 보니 두둥둥, 매우 낯이 익은 우리의 독서모임 템플릿으로 쓰여진 책인싸의 밤 노트를 발견했다. 풍성한 Talk거리들이 걱정말라며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. 그 순간 정적은 사라졌다. 모든 테이블이 시끌벅적해지며, 모임 때 보던 익숙하던 그 표정, 그 톤들로 각자 열띤 토론 아닌 토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.
우리팀에서는 '올해 가장 피곤하게 만든 것은?'과 '올해 내 몸을 위해 해주었던 것은?' 이 두 질문을 골랐다. 직장 상사는 언제나 모두의 훌륭한 안주거리였고, 필라, 풋살, 영양제와 건강검진으로 서로의 건강을 살피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.
이어서 단체게임 Let's play가 시작됐다. 독서모임의 퀴즈라면 역시나 책 퀴즈려니 추측하던 모두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. 초성보고 책 맞추기, 문구보고 책 맞추기, 표지보고 책 맞추기 퀴즈가 시작됐다. 대부분 올해 베이트리에서 다뤘던 책이라는데 맞추려고 생각하는 동안 이미 손을 들고 정답을 말해주시는 능력자분들이 너무 많았다. 난 곧 맞추기를 포기하고 그저 입벌리고 박수치고 감탄만 할 뿐이었다.
25년 베이트리 결산과 특별히 공헌하신 분들에 대한 시상식! 2470건의 독서노트, 335회의 모임을 245명이 참석하다니, 정말 대단한 규모였다. 9월부터 참석한 4개월의 경험만으로도 저 숫자들에 허수가 없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.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고생했상, 놀러왔상, 400자이상, 멀리서왔상 등 재미있는 상들이 많았는데 그분들의 베이트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깊게 느껴져서 진심 어린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.
그리고 대망의 책 교환식! 각자 가지고 온 책의 문장을 써서 섞은 다음 뽑은 문장의 책을 전달받고 원 주인이 책과 문구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코너이다. 나는 내 올해의 책 <사탄탱고>를 챙겨 왔다. 책 설명을 하려고 미리 헝가리 인문학 강좌도 들으면서 헝가리 문학의 특징부터, 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지, 왜 읽기 어려운 책으로 소문났는지 등을 실컷 설명하고, 가방에서 책을 꺼냈는데 빨간 책말고 갈색 책이 나왔다. 아, 정말 죄송하고 미안합니다, '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'도 제 인생책이고 좋은 책입니다. 그리고 <풍요중독사회>를 받았는데 주신 회원님께서 독서노트를 부탁하셔서 열심히 써보려 한다.
이렇게 책인싸의 밤이 막을 내렸다. (2차도 준비되어 있어 못다한 이야기들을 그곳에서 멋진 분들과 맛있는 통닭들을 실컷 함께 할 수 있었다.)
독서모임의 장점은 처음 뵙는 분과 날씨나 나이, 사는 곳으로 이야기를 시작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거다. "무슨 책 읽으세요?" "책 추천해주세요." "그 책은 왜 재미있나요?" "아, 저도 그 책 좋아하는데." 어느 분께서 해주신 말씀이 기억난다. "지금은 학교친구, 직장친구, 사회친구와 어울리는 거보다 책모임 친구들과 이야기하는게 훨씬 재미있어요. 책을 함께 나누면 아무리 깊은 이야기라도 거침없이 솔직하게 할 수 있고 또 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기쁘고 감사하기 까지 해요." 그래서 수잔와이즈 바우어의 <독서의 즐거움>에서 독서에는 반드시 두 요소가 필요한데 그 중 하나는 독서한 내용을 나눌 수 있는 친구라 했다.
이번 책인싸의 밤에서 적어도 마음껏 책 이야기를 나눴고 책 친구가 되어줄 분들과도 만날 수 있었다. 26년 시즌에도 다양한 모임과 책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. 내년 책인싸의 밤에는 놀러왔상 정도는 노려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.